우아한테크코스를 수료하고 나서 많은 곳에 인턴 서류를 넣었다. 그 중에는 대학교 연합 동아리 서류도 있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당근마켓 인턴 두 곳 서류 탈락
- 카카오 인턴 코딩 테스트 탈락
- 에이블리 인턴 서류 탈락
- 학교에서 중개해주는 placement 인턴 서류 탈락
- Nexters 서류 탈락
연이은 서류 탈락들에 어지러웠다.
나는 정말 잘한 거였을까? 내가 공부해온 방향은, 옳은 방향이었을까?
이런 의문이 들 때쯤 Delivery Hero 에서 최종합격을 받게 되었다. 최종 합격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 만남
Delivery Hero 를 알게 된 것은 올해 9월 21일이었다. 9월 21일에는 DH CTO 과의 만남이라는 강연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날은 아쉽게도 앞에서 앉아서 강연을 듣지 못했고, 영어를 잘 못했던지라 제대로 들은 문장은 몇 개 없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느낀 점은 많았다. 2023-09-21 의 TIL 을 보면 그때 기억나는 문장이 나오는데, 바로 지금 못한다는 건 재미없다는 주장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라는 말이었다.
그때 나는 AI 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AI 가 재미가 없었는지, 아니면 못해서 싫어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뒤에 포이와 에밀은 CTO 분과 더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게 마냥 신기했었다. 나였다면 영어를 잘했더라도 말을 걸 생각은 못했을 것 같은데,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걸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모습이 멋있었다.
내가 직접 대화에 끼지는 못했지만, 전해 들은 이야기들은 Delivery Hero 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데에 충분했다. 똑똑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 무엇보다 해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Delivery Hero CTO 와의 만남이 있던 날 영어 회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2023-09-25 에 강남 YBM 으로 영어 회화 레벨테스트를 보러 갔다. 나 혼자였다면 아마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안 했을텐데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서 훨씬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
영어 공부
영어 회화 공부는 당연히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던 것보다 더 쉽지 않았다. 나는 강남 YBM 1:1 영어 회화 수업을 들었는데, 첫 날 레벨 테스트 날에는 정말 쓰레기 같이 말했다. 영어로 말해본 적이 있어야 뭐가 자연스러운지 아는데, 머릿속이 그냥 새하얬다.
링글이라는 화상 영어 수업도 신청해서 들었다. 아이비리그 대학생들, 졸업생들과 40분동안 주제 하나를 가지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첫 수업 때는 너무 긴장하기도 했고 잘 안 들려서 정말 횡설수설 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냥 처음부터 못하는 입장이니, 중간에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포기해버리면 나는 평생 영어 회화 연습은 죽어도 안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이 없는 나날들이 지나갔다. 난 정말 영어를 못한다는 생각도 했다.
꾸역꾸역 수업을 나가던 중에, 영어 회화 선생님인 Shelby 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연습을 머릿속으로 계속하다보면 실력이 나아진다. 내가 한국어를 배울 때 많이 썼던 방법이다.
사실 회화 연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어를 일상에서 쓸 일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영어는 많이 늘지 않았고, 똑같은 실수를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내 기억력이 안 좋은 것도 한 몫 했다.
그리고 어려운 단어를 외우는 한국 영어 공부 특성 상, 내가 자주 쓰는 문장을 어떻게 말하는지 몰랐다. 지하철에서 자주 쓰는 문장인 ‘우리 지금 내려야 해’ 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했다.
당연하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말을 뭐라도 말해야 하는 면접을 어떻게 보겠는가?
그 날부터 지하철에서 계속 ‘이 문장은 영어로 뭘까?’, ‘이런 뜻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번역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어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고, 당연히 떠오르지 않는 문장도 많았지만 매일 그러다보니 훨씬 실력이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한 마디도 제대로 하는 문장이 없었는데, 이 연습을 하고 나서 정확한 표현은 아니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문장을 전달할 수는 있는 정도로 영어 실력이 향상된 것을 느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에게도 문장을 만드는 연습이 많이 도움이 된다는 걸 전해드리고 싶다. 나만큼 영어로 말을 못하는 사람은 없었을 거다. 진짜로…
지원서 작성
우테코의 배민 설명회가 있던 날, DH 설명회도 같이 열렸다.
DH 는 경험 삼아 제출해보는 것이었고, 나는 원래부터 학교를 졸업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배민에 지원하지 않았다.
그 날 들어본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가장 처음으로 놀랐던 건 ‘연봉을 저렇게 많이 준다고?’ 라는 생각이었다.
베를린으로 이주할 때는 Relocation Fee 까지 준다니, 뭔가 다른 세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영어였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각자 이야기를 하는데, 특정 지방 악센트가 섞인 영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정말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ㅋㅋㅋ
그래도 이때는 애써 마음을 가볍게 먹으려고 했다.
Delivery Hero 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꽤나 적어야 하는 게 많았다. Resume, Portfolio, Recommendation Letter 까지…
영어로 Resume 를 쓰는 건 한글로 쓰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려웠다. 게다가 한국 이력서와 형식, 스타일이 달라서 고생을 했다. 한글로 이력서를 먼저 적고 나서 GPT 와 함께 번역을 다듬는 과정을 수도없이 하고, 이제는 진짜 못 고치겠다 싶을 때 제출했다.
같이 지원했던 에코, 포이가 피드백도 자주 해주고 고치면 좋을 방향에 대해 말해줘서 더 수월하게 고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다들 💙
특히 Recommendation Letter 가 문제였다. 나는 코로나 학번이라 교수님들과도 친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들도 없었다. 아예 내지 말까는 생각도 했지만, Shelby 가 Recommendation Letter 는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고 해서 회사에 다니고 있던 우현 선배한테 Recommendation Letter 를 부탁했다. 동아리 2개를 같이 운영했던 적이 있던 분이라 업무 상의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어떤 말이 써져있어도 감사했을 것 같은데 너무나도 잘 써줘서 합격한 일등공신은 선배가 아닌가 싶다. 쉽지 않은 부탁이었을 텐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
나도 나중에 후배들한테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차 면접
1차 면접은 코딩 테스트라고 해서 많이 긴장했다. 포이, 에코, 제나, 키아라, 콩하나와 함께 코딩 테스트를 준비했다.
면접 준비 스터디 형식도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Mock Interview 를 보고 1:1 로 교대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를 하면서 연습을 했지만, 효율이 좋지 않아서 MIT Algorithm 강좌를 잠깐 봤다. 그러나 그 방법도 내가 영어가 부족하니 내 공부 & 다른 사람들의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어느 정도 알고리즘 실력은 있으니 매일 백준 문제를 하나씩 풀고,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더 하기로 했다.
3개월 회화 공부를 했다고 말하기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늘지는 않는다. (당연함)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단어 몇 개를 더 조합할 수 있게 되었고, 자주 쓰는 문장은 이전보다 잘 말할 수 있게 된 정도였다.
당연히, 당연히 너무 불안했다. 나는 준비가 잘 안 된 상황을 잘 인내하지 못하는 편이다. ‘도망가고 싶다’ 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난 도망가지 않았다. 두려움과 어려움에 직면하고, 나를 도전에 내던졌다. 이 천금같은 기회에서 도망가지 않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면접일에는 면접관의 노트북 문제로 일정이 미뤄졌는데, 그 때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당시에는 화가 나서 그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안도 + 긴장 풀림의 눈물이었던 듯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면접 후기를 들어보니 프로젝트 관련 질문을 한다기에 답변을 준비해갔는데, 정말로 프로젝트 관련 질문을 하셨다!
지금 기억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어떤 프로젝트를 만드셨나요?
- 프로젝트의 구조를 설명해보세요.
- 왜 MySQL 을 사용하셨나요?
- 서비스의 테이블 구조를 설명해보세요.
1차 면접 문제는 두 문자열을 주고, A 문자열을 재배열했을 때 B 문자열이 될 수 있으면 True, 아니면 False 를 리턴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문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쉬워서 Map
으로 쉽게 풀 수 있었는데, 그 뒤로 optimize 하는 과정에서 조금 당황했다. 대소문자가 섞여 있는 상황에서도 가능한 지 여쭤보셨는데, 전체 문자열을 LowerCase 로 만드는 메서드를 잊어버려서 ASCII 코드로 접근했는데 제대로 안 되었다. 다행히 면접관 분이 toLowerCase()
메서드를 사용하라고 힌트를 주셔서 무사히 문제를 풀이할 수 있었다.
이때 느꼈던 문제점은 영어가 잘 안 들렸다는 점이다. (영원히 고통받는 영어 실력)
질문을 잘 못 듣고 동문서답한 내용이 많아서 당연히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2차 면접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2차 면접
2차 면접에서는 전반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이 물어볼 것 같아서 그 부분 위주로 준비했다. 준비한 질문과 답변들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막상 2차 면접에 들어가니 Java 에 대해 물어보셔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기억나는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전반적으로 내 Resume 에 적은 내용을 기반으로 물어보셨다.
- Spring 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Java Collection 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List 와 Set 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 List, Set 과 Map 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 서비스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가장 challenging 한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 Scalability 를 어떻게 고려할 수 있을까요?
- 동시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 팀 내부에서 맡았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 VPC, NAT 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Java 를 제외한 다른 언어 써볼 생각 있으신가요?
면접 분위기는 매우 좋았고, 내 긴장을 풀어주시기 위해 도와주시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당시 조금 불안했던 것은 총 1시간이었던 면접 시간 중에 30분 동안만 기술 면접을 보았고, 15분 동안은 그냥 내가 인터뷰어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불안해서 혹시 면접 피드백을 줄 수 있냐고 여쭤봤는데, 모든 질문에 잘 대답했고 더 이상 물어볼 질문이 없어서 여기서 마무리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았던 것 같다.
합격
2차 면접을 보고 나니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다.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몰라 인턴 서류만 접수했는데 그마저도 다 떨어졌다. 그렇게 지옥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Offer Letter 를 받았다!
학교를 조기졸업 한다면 9월에 졸업할 수 있는데, Delivery Hero 에서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다고 해서 9월에 온보딩을 할 예정이다 :) 너무 즐거울 것 같고 새로운 환경이라니 벌써 두근거린다.
무엇보다 영어 실력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환경이니 내가 훨씬 더 많이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Delivery Hero 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 지, 어떤 일을 하고 내가 얼마나 성장할 지 기대된다.
나는 아직 목표가 없다. 열심히 찾는 중이지만, 아직 내가 뭘 하며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하나는 배웠다. 나를 최대한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키고, 많은 걸 경험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절대 빠르게 포기하지 말자. 지금 아무것도 못한다고 해서 앞으로도 아무것도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아무것도 못할 것이다.
항상 이 생각을 명심하며 살아가야겠다.